여러분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져보신 적이 있습니까?
“우리가 현재 사용 중인 화폐·금융 시스템은 공정하게 그리고 공익을 위해 작동하고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하려면 다음 두 가지 물음을 먼저 생각해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경제가 돌아가려면 항상 일정량의 돈이 필요하고,
경제가 성장하려면 그만큼 새 돈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돈은 누가 어떻게 만들어 경제에 공급하는 것일까요?”
“은행은 저축을 예금으로 받아 이를 대출하는 금융중개기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은행은 대출할 때 누구의 돈을 빌려주는 것일까요?”
이 두 가지 기본 물음에 답하려는 노력은
‘화폐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은행이 누리는 부당한 특권과 특혜
현행 시스템에서는 민간영리은행이 시중의 돈 중 약 93.3%를 공급하고,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고작 6.7%를 현금으로 공급합니다(23년12월 M2평잔 3917조원, 본원통화 264조원 기준). 한국은행법은 한국은행의 통화 발권력 독점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 권한은 대부분 민간은행에 의해 행사됩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발권력이 민간은행에 양도되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는 어떤 법적 근거도 없습니다.
민간은행은 ‘신용창조’ 기법으로 존재하지 않던 ‘새’ 돈을 만드는 특권을 누립니다. 그리고 이 새 돈을 민간(개인이나 기업)은 물론 정부에게도 빌려주고 이자를 수취하는 특혜를 누립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은행들이 벌어들인 이자 수익은 대출이자 99.2조 원에서 이자비용 43.2조 원을 뺀 55.9조 원에 달합니다. 이 부당한 특권과 엄청난 특혜는 현행 시스템이 작동하는 한 영원히 보장됩니다.
민간은행은 누구에게 얼마를 어떤 조건으로 대출할 지를 이윤 극대화 원리에 따라 오로지 안전성(상환 가능성)과 수익성(대출금리)이라는 기준만으로 결정합니다. 이때 은행은 어느 누구의 지시나 감독도 받지 않는 무한 자유를 누리며, 사회적 또는 공공적 가치를 고려해야 할 의무도 없습니다. 게다가 은행은 모든 경제주체의 회계와 이들 간의 지급결제 시스템이라는 공공 인프라 운영을 담당한다는 현실 때문에 방만한 경영으로 파산위기를 맞더라도 이른바 ‘대마불사’ 논리에 따라 공적자금의 투입, 즉 구제금융이라는 특혜도 누립니다.
상기와 같은 은행의 비밀을 숨기고 있는 현행의 은행 중심 통화공급 시스템은 중대한 폐단을 초래하며, 결코 경제적 및 사회적 공익을 위해 우선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1. 경제의 채무화
민간은행이 대출(신용 제공)할 때마다 새 돈이 만들어지고 통화량은 그만큼 늘어납니다. 반대로 대출이 상환될 때마다 돈은 소멸되고 통화량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따라서 시중의 모든 돈은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으로서 상환의무와 이자불입을 요구하는 ‘채무화폐’입니다.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통화량도 늘어나야 하므로 경제주체들의 채무총액도 늘어납니다. 늘어난 채무 이자도 전액 은행에 귀속됩니다.
2. 불평등의 심화
은행은 부자와 대기업에게는 문턱을 낮추고 저금리를 적용하며, 빈자와 중소기업 및 사회적기업에게는 문턱을 높이고 고금리를 적용합니다. 은행은 부가가치의 창조, 즉 GDP 기여 활동보다는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 투자용 대출을 선호하며, 그 결과 실물경제가 만든 소득을 비생산적·투기적·기생적인 부문으로 이전합니다. 이러한 소득 불평등 심화는 사회적 불안정을 조장합니다.
3. 금융 불안정성과 경기변동 증폭
은행은 이윤 극대화 논리에 의거하여 호황기에는 대출을 확대하고 불황기에는 대출을 축소하거나 기존 대출을 회수합니다. 이에 따라 실물경제 경기변동의 주기는 짧아지고 진폭은 확대됩니다. 그 결과 금융은 물론 경제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금융 및 경제 위기의 발생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4. 지속 가능한 발전의 저해
은행은 환경보전과 사회발전을 위한 대출을 기피하며, 사회를 피폐화하고 지구를 착취하더라도 돈을 벌어 상환만 보장된다면 어떤 활동에든 신용을 공여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저해합니다.
■ 요컨대 현행의 은행 중심 화폐·금융 시스템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중대한 경제적, 사회적 및 환경적 문제를 해결은커녕 조장하고 있습니다. 은행 규제 강화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시스템 개혁이 요구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 국민주권화폐 공급 시스템 개요
화폐민주주의연대가 제안하는 대안은 국민주권화폐 공급 시스템입니다. 그 핵심은 은행의 신용창조 행위를 박탈해 화폐 발행권을 국민에게 되돌려주고, 이 권한을 법률이 규정하고 있듯이 중앙은행(한국은행)이 독점 행사하도록 만드는 데 있습니다.
공공은행으로서 한국은행은 연간 발행 통화의 양과 배분 방식을 결정하는 배타적인 권한을 가지며, 행정부와 입법부는 물론 민간 금융기관과 금융시장으로부터 완벽한 독립성을 누려야 합니다. 통화금융위원회는 확대 개편되어야 하고, 국민이 참여하는 민주적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렇게 발행되는 통화를 우리는 ‘국민주권화폐’라 부르며, 그 3대 성격은 법정화폐, 자산화폐, 공공화폐입니다.
법정화폐는 그 통용력과 채무 변제력이 법률로 보장되며,
자산화폐는 상환과 이자불입 의무가 없으며,
공공화폐는 공공기관에 의해서만 발행되는 진정한 국민의 화폐를 말합니다.
국민주권화폐 공급 시스템의 기대효과
민간은행은 폐지되지도
국유화되지도 않습니다.
은행은 더 이상 신용창조기관이 아니라 진정한 신용중개기관으로 재탄생할 것입니다. 저축을 대출이나 투자로 운용함으로써 예대금리차와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국민은 상환도 이자도 없는 ‘자산통화’를 기본소득으로 수령할 수 있으며, 그만큼 채무 부담에서 해방될 것입니다. 이처럼 자산통화의 주입이 계속되면 경제의 채무화는 중단되고 건전한 성장경제가 정착될 것입니다. 경제적 불평등은 크게 완화되고, 금융 불안정성의 급감으로 경제도 크게 안정될 것입니다.
현금 사용의 감소, 비트코인 등 광범위한 암호화폐의 등장 등을 이유로 한국은행을 포함하여 전 세계 100여 개 중앙은행에서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에 관한 연구 및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CBDC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도매 CBDC이며, 다른 하나는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소매 CBDC입니다. 화민연의 관심은 소매 CBDC에 있습니다.
그 설계와 관련하여 두 가지 옵션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1) 하이브리드(hybrid) 모델 : 은행 간 거래에서 사용되는 지준금과 현금만 CBDC로 바뀔 뿐 기존의 은행 중심 통화공급 시스템은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 은행은 여전히 신용창조와 대출을 통한 금융 자원 배분 기능을 행사합니다.
2) 직접(direct) 모델 : 중앙은행이 독점 발행하는 CBDC를 은행은 물론 개인과 기업에게 바로 공급합니다. 경제의 모든 거래는 자산통화이자 법정통화인 CBDC로만 이루어집니다. 은행의 신용창조 기능은 사라지거나 크게 제한됩니다. 개인과 기업은 중앙은행이나 기존의 은행에 개설된 특별 계좌를 통해 CBDC를 직접 수령할 수 있습니다.
주류 측은 기존 은행업에 큰 타격을 주지 않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화폐민주주의연대는 화폐의 민주화를 위해 직접 모델을 강력하게 지지합니다. 현재 상업은행이 독점하고 있는 신용의 창조 및 배분 기능을 제한함과 동시에 시뇨리지(통화발행차익)를 국민에게 직접 배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금융·사회금융을 활성화 하여 ‘수익’ 논리가 아니라 사회가 ‘필요한’ 곳에 ‘공공’ 논리에 따라 새 돈이 지향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지역공공은행의 필요성과 성격
지역공공은행은 화폐·금융의 공공성에 관한 주민 인식을 개선하고 민주적인 거버넌스(민관 공동참여 및 결정, 주민에 의한 감시 등)에 의한 운영으로 중장기적 과제인 국민주권화폐 공급 시스템 개혁에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화폐 민주화 과정의 한 단계로서 국민주권화폐 공급 시스템 개혁과 동시에 또는 별도로 추진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지역공공은행은 급박한 과제로 부상한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지역순환경제의 구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중요합니다.
■ 지역공공은행의 역할
1. 지방자치단체의 금고
국가재정을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것처럼 지방재정은 지역공공은행이 관리함 ; 지방채 인수 등 지자체 공공투자자금 조달.
2. 지역순환경제의 금융적 토대
지역에서 창출된 소득이 지역에서 순환하는 지역순환경제 실현과 지역경제 안정화에 기여 ; 주식, 부동산 등 투기성 대출을 근절하고 경제·사회·환경·문화적 가치 창출 분야에 대출 집중해 지역경제 성장 견인.
3. 지역금융정책 시행 및 지역화폐 관리
지역금융 현황 조사 및 연구 ; 지역금융정책 수립 및 집행 ; 지역화폐 발행 및 관리
4. 주민을 위한 공공은행
서민, 학자금, 소상공인, 청년, 사회적경제조직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0~1% 초저금리 공공금융형 간접대출서비스 제공 ; 수익의 지자체 환원으로 공공지출 재원으로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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